전체 글21 [드라마리뷰] 나의 해방일지 3회 4회 - 나는 어디에 묶여있는 사람일까? 1. 해방이 하고 싶어요 미정의 회사에는 행복지원센터가 있다. 그러나 '행복'을 '지원'해준다는 그곳에서 권하는 동호회 활동은 막상 미정에겐 부담스럽기만 했다. 동료들은 그냥 적당히 아무거나 하라고, 일단 하기만 하면 지원금도 나오지 않느냐고 얘기한다. 맞는 말이다. 집이 멀고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들의 말처럼 그냥 적당히 어울려서 어떤 무리 사이에 끼어있으면 굳이 행복지원센터에 불려다닐 일도 별종 취급 당할 일도 없을 것이다. 눈치껏 웃고 어울리다가 눈치껏 돌아가면 된다는 것. 미정이라고 해서 그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문제는 다만, 그 활동들이 미정의 행복을 전혀 지원해주지 못한다는 것에 있었다. 동료들과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과 속사정을 터놓을만큼 가깝지도 .. 2022. 5. 3. [드라마리뷰] 나의 해방일지 1회 2회 - 날 추앙해요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꽤나 가까이 서 있어도 전혀 낯설지 않은 공간이 있다. 때때로 우리는 출근길 전철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누군가와 나란히 서 있다. 매일 비슷한 칸에 타는 루틴을 가졌다면, 매일 비슷한 얼굴들을 일정한 시간 마다 마주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이름은 모르지만 당신이 내리는 곳은 알고, 당신이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자주 들고 다니는 가방은 어렴풋이 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서로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그저 스치는 사람들에 불과하고, 당신이 내리는 역의 이름을 알지언정 당신이 사는 지역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 미정은 그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무수한 '당신'이자, 당신을 모르는 '나'의 얼굴을 하고 있다. 대체로 그녀는 모든 풍경에 꽤 자연스럽게.. 2022. 5. 2. [드라마리뷰] 내일 - 우리에게 아침을 선물하는 건 평범한 취준생이던 준웅은 어느 날 '주마등'에 입사하게 된다. 그토록 고대하던 취업이었지만 원하던 길은 아니었다. 아니, 일하고 돈 버는 것도 살아서 해야 보람이 있지. 갑자기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코마상태에 빠진 것도 억울한데 갑자기 저승사자 노릇을 하라고...?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의 달콤한 대가 때문이었다. 코마상태로 3년 있을 기간을 6개월로 줄여주는 것도 모자라, 깨어난 다음에는 취업이든 어떤 시험이든 운수가 대통하는 프리패스권이 주어질 거라니.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기업 '주마등'은 이승의 영혼이 저승으로 넘어가는 모든 과정들을 전담한다. 이를테면 '사후 관리 전문 기업'이라고나 할까. 죽은 이들의 영혼은 주마등을 거쳐 재판을 통해 천.. 2022. 4. 25. [장면리뷰] 구미호뎐 - 생활이 된 기다림 속으로 여우누이의 목숨을 거둔 이연은 어딘지 마음이 무겁다. 여우누이는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인간으로 살고 싶다고. 기회를 달라고. 그녀의 말은 진심같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먼 과거부터 인간으로 둔갑해서 아버지와 형제들의 간을 파먹고 산 여우누이를 살려둘 수는 없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목숨을 사랑하는 남자의 앞에서 거둔 것에 대해서 별 가책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그녀의 소원대로, 남자에게서는 여우누이에 대한 좋은 기억을 모두 지워버렸으니까. 여우누이는 죗값을 치렀고, 남자는 새로운 삶을 살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녀가 남긴 말들은 계속 이연의 머리를 어지럽게 울린다. “너도 인간을 사랑한 적이 있잖아. 나 이해하지, 어?” 그 말은 단 한번도 잊은 적이 없던 한 사람을 .. 2020. 10. 13.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