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해방일지리뷰5 9[드라마리뷰] 나의 해방일지 16회 - ''환대'하는 마음 '나의 해방일지'는 뭔지도 모를 것에 묶여있는 현실을 '뚫고 나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단 한 번이라도 오롯이 채워지는 기분. 미정은 그것을 위해 구 씨를 향해 '추앙'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다. 단 한번이라도 나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순간을 맞고 싶다고. 그러니 나를 '추앙'하라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구 씨에게 요구한 '추앙'이 일방적 단어가 아니라는 것에 있다. 미정은 구 씨에게 자신을 추앙할 것을 말하며 동시에 자신 역시 구 씨를 추앙하리라 마음 먹는다. 어떤 불행과 슬픔이 찾아와도 절대 미워하거나 탓하지 않을 유일한 성역. 내 영혼에 언제나 아름답게 머무를 유일한 사람으로. 미정의 모습을 가만히 따라가다보면, 구 씨가 자신을 '추앙'하는 것만큼 미정 자신이 구 씨를 '추앙'하는 .. 2022. 6. 13. [드라마리뷰] 나의 해방일지 14회 - 추운 삶들이 서로를 끌어안는 순간 소중한 사람을 잃은 채 시간은 흐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살아있던 사람이 이제 세상에 없다는 느낌은 도무지 믿기 어려운 감각이다. 밥솥에는 아직 그녀가 짓던 밥이 남아있고, 빨래통에는 여전히 그녀가 입던 옷이 있고, 현관에는 그녀가 신던 장화가 고스란히 놓여있다. 두고 떠난 사람에겐 이제 '책임'이 없다. 빈 자리를 정돈하고 치우는 것은 이제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엄마 혜숙은 언뜻 보기에 잘 눈에 띄지 않지만 가만히 들여다보자면 늘 어디에나 있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눈을 뜨자마자 잠드는 순간까지 그 일들을 무탈히 수행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제호와 삼 남매의 '일상'은 오롯이 그 혜숙의 움직임 위에서 비롯되었다. 그녀는 변화 무쌍한 그.. 2022. 5. 27. [드라마리뷰] 나의 해방일지 13회 - 애쓰지 않아도 우리는 언젠가 떠나 집으로 가고 싶다. 부하직원에게서 그 말을 들었을 때, 구 씨는 지금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깨닫는다. 집. 나는 집으로 가고 싶다. 그렇다면 내 집은 어디인가. 편하게 쉴 수 있고 아무렇게나 나인 채 있어도 괜찮은 그런 곳은 어디인가. 자연스럽게 생각은 산포로 향한다. 그리고 걸음은 자연스레 그 생각을 따랐다. 그렇게 이 겨울, 구 씨는 다시 지하철에 오른다. 언젠가 산포로 향했던 그 때처럼, 그리고 그곳을 떠났던 그 때처럼 불쑥. 그리고 잊은 적 없는 그 때 그러했듯 지하철 역 앞에서 한 사람을 기다린다. 하지만 도착해야할 사람은 오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다. 한 밤중에도 묘한 생기가 흐르던 길은 이제 지나치게 고요하고 쓸쓸하다. 어둠 속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풍경들은 너무 많이 달라져있다. 그래, .. 2022. 5. 22. [드라마리뷰] 나의 해방일지 11회 12회 - 나의 쉴곳은 어디에 어떤 일이든 혼자 삭이는 것이 더 익숙했던 때가 있었다. 미정은 그렇게 모든 순간 입을 꾹 다물고 버텼다. '버텼다'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런 일이 벌어졌으므로 벌어지게 두었고, 누군가 그런 말을 뱉었으므로 그냥 뱉게 두었다. 그런 일에 일일이 반응하고 싶지 않았다. 되도록 단정하게 그 시간들을 견뎌내고 싶었다. '의지'라기 보단 선택이었다. 그녀는 풀어내고 쏟아내는 쪽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그래서, 삶은 그토록 불편하고 부족하고 권태로웠던 걸까. 적당히 버티고 적당히 웃으며 지내는 동안 미정은 스스로의 영혼이 조금씩 흐릿해져간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연기처럼 형태도 없이, 색깔도 없이, 향기도 없이. 그렇게 조금씩 소멸해가고 느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느 .. 2022. 5. 21.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