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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11

[드라마리뷰] 사운드트랙 #1 1회 - 나의 '진짜'는 여기에 그냥 증명사진일 뿐이다. 하지만 술에 취한 은수를 데려다주고 돌아온 밤, 선우는 제가 찍은 그 증명사진을 한참이나 들여다본다. 사진전 준비를 위해 찍은 많은 작품들 사이에서 갑자기 툭 불거져 나온 은수의 얼굴. 별다른 배경도 없이 그저 화면을 가득 채운 그 모습에 선우의 눈이 조금씩 깊어진다. 그는 '진짜'를 찾지 못해 준비하던 사진전을 접었다. 사진가는 단지 순간을 포착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진 속에 마음을 담는 사람이다. 그러나 왜일까. 기껏 모아놓은 작품들은 한결같이 어딘가 진정성이 결여된 것 같았다. 자기 이름을 걸고 전시를 열면서 고작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약간의 리스크가 있더라도 '진심'을 찾는게 먼저였다. 감정이 빠진 공허한 화면 말고, 내가 담고 싶은 '진짜'를 프레임 속에 가.. 2022. 5. 16.
[드라마리뷰] 나의 해방일지 7회 8회 - 당신의 유년에 나란히 앉아 어제 퇴근 시간. 하루를 잘 마쳤다는 개운함과 약간의 피곤함으로 터덜터덜 늘 걷던 길을 걸었다. 평소와 크게 다를 게 없는 날이었는데, 이상하게 어젯밤에는 유독 내 앞을 앞서가는 한 소녀의 뒷모습이 계속 눈에 밟혔다. 소녀가 특별해서는 아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정한 긴 머리, 까만 집업 위에 슬링백 가방 하나를 두르고 운동화를 신은 소녀는 그냥 딱 그 또래의 아이들처럼 보였다. 훌쩍 다가온 초여름의 선선한 바람과 어둑해지기 시작한 주변의 저녁 풍경 때문이었을까. 늘 보던 배경에 서 있는 평범한 뒷모습이 어제는 왠지 아련히 마음에 와닿았다. 어쩌면 뭔가 그리웠던 걸까.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문득 이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오른 건 그런 아주 사소한 순간 때문이었다. 주로 나는 '너무 좋다'고 느끼는 장면.. 2022. 5. 13.
[드라마리뷰] 나의 해방일지 5회 6회 - 오늘 하루를 견디도록 하는 힘은 1. 우리가 기다리는 순간 창희는 구 씨의 도약을 잊지 못한다. 매일 만나는 동네 친구들에게 온종일 그 이야기만 할 정도로. 마치 좋아하는 연예인을 목격한 것처럼 들떠있는 그의 모습에 친구들은 심드렁하기만 하다. 듣다 못해 구 씨 얘기 좀 그만하라고 면박 주는 친구에게 창희는 말한다. 설레는 일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이 작은 동네에서 도무지 희열에 휩싸일 일같은게 없어서,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멀리 뛰는 것만 보고도 이렇게 흥분되는 거라고. 창희는 이 작은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이 대체로 지루하다. 좋게 말해 평화로운 이 동네는, 나쁘게 보자면 아무런 변화가 없다. 시대는 변하고 세상은 하루하루 달라지는데 앞뒤로 꽉꽉 막힌 아버지는 변화를 제시하는 창희의 말에 조금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평소에.. 2022. 5. 4.
[드라마리뷰] 나의 해방일지 3회 4회 - 나는 어디에 묶여있는 사람일까? 1. 해방이 하고 싶어요 미정의 회사에는 행복지원센터가 있다. 그러나 '행복'을 '지원'해준다는 그곳에서 권하는 동호회 활동은 막상 미정에겐 부담스럽기만 했다. 동료들은 그냥 적당히 아무거나 하라고, 일단 하기만 하면 지원금도 나오지 않느냐고 얘기한다. 맞는 말이다. 집이 멀고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들의 말처럼 그냥 적당히 어울려서 어떤 무리 사이에 끼어있으면 굳이 행복지원센터에 불려다닐 일도 별종 취급 당할 일도 없을 것이다. 눈치껏 웃고 어울리다가 눈치껏 돌아가면 된다는 것. 미정이라고 해서 그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문제는 다만, 그 활동들이 미정의 행복을 전혀 지원해주지 못한다는 것에 있었다. 동료들과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과 속사정을 터놓을만큼 가깝지도 .. 2022.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