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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아침과 샌드위치 지난 2월 어느 주말, 타지역에 사는 친구가 서울로 강의를 들으러 온다기에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 간단히 브런치나 먹자, 고 결정하고 맛집을 알아보던 중 불쑥 눈에 들어온 사진이 한 장 있었다. 소담한 청녹색 간판 앞으로 눈이 펄펄 내리는 사진이었다. 아니 뭐야 이 클래식하고 따뜻한 분위기는..? 하며 친구에게 링크를 보냈다. 사실 이거 말고도 브런치 카페 몇 개 더 보냈는데 나는 여기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답은 정해져 있었고 친구는 다행히 오케이 해줬다. 그리하여 어느 토요일 아침 찾아갔던 요기, 엘샹꼬.  사진을 급히 찍느라 수평이 안맞지만(...) 실제로 보면 이것보다 외관이 이쁘다. 들어가보니 빵과 토핑을 고르고 그 가격에 맞춰 계산을 하는 방식이었다. 친구는 크루아상을, 나는 치아바타를 골랐.. 2024. 6. 16.
[드라마리뷰] 왜 오수재인가 - 우리가 '믿음'을 말할 때 수재는 이 '바닥'의 생리를 깊숙이 아는 사람이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인간들의 속내에는 더러운 진창이 숨어있다. 다들 짐작한다고 말하겠지만, 현실은 늘 그 이상이다. 수재는 그 '이상'의 세계가 얼마나 처절하고 고통스러운지 안다. 철 없던 한 때, 그들이 만든 진창에 온 몸으로 굴러봤으니까. 적어도 그들에게 진심이 있을 거라고 믿었던 순진했던 때에. 그 믿음으로 따뜻한 뭔가를 꿈꾸기도 했던 오래전 그 때에. 떠날 수 있었다. 도망칠 수 있었다. 사라질 수 있었다. 그러나 수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제 인생을 바닥에 내친 자들에게, 주제를 모른다고 함부로 떠들어댄 자들에게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대가로 그들은 부와 명예를 약속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것들을 누리게 해주겠노라고. 물론 그 말을 믿지.. 2022. 6. 24.
9[드라마리뷰] 나의 해방일지 16회 - ''환대'하는 마음 '나의 해방일지'는 뭔지도 모를 것에 묶여있는 현실을 '뚫고 나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단 한 번이라도 오롯이 채워지는 기분. 미정은 그것을 위해 구 씨를 향해 '추앙'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다. 단 한번이라도 나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순간을 맞고 싶다고. 그러니 나를 '추앙'하라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구 씨에게 요구한 '추앙'이 일방적 단어가 아니라는 것에 있다. 미정은 구 씨에게 자신을 추앙할 것을 말하며 동시에 자신 역시 구 씨를 추앙하리라 마음 먹는다. 어떤 불행과 슬픔이 찾아와도 절대 미워하거나 탓하지 않을 유일한 성역. 내 영혼에 언제나 아름답게 머무를 유일한 사람으로. 미정의 모습을 가만히 따라가다보면, 구 씨가 자신을 '추앙'하는 것만큼 미정 자신이 구 씨를 '추앙'하는 .. 2022. 6. 13.
[드라마리뷰] 나의 해방일지 14회 - 추운 삶들이 서로를 끌어안는 순간 소중한 사람을 잃은 채 시간은 흐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살아있던 사람이 이제 세상에 없다는 느낌은 도무지 믿기 어려운 감각이다. 밥솥에는 아직 그녀가 짓던 밥이 남아있고, 빨래통에는 여전히 그녀가 입던 옷이 있고, 현관에는 그녀가 신던 장화가 고스란히 놓여있다. 두고 떠난 사람에겐 이제 '책임'이 없다. 빈 자리를 정돈하고 치우는 것은 이제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엄마 혜숙은 언뜻 보기에 잘 눈에 띄지 않지만 가만히 들여다보자면 늘 어디에나 있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눈을 뜨자마자 잠드는 순간까지 그 일들을 무탈히 수행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제호와 삼 남매의 '일상'은 오롯이 그 혜숙의 움직임 위에서 비롯되었다. 그녀는 변화 무쌍한 그.. 2022. 5. 27.